바람아 늙지마라
바람이 쉰 소리를 낸다
고향 언덕배기 피대소리 요란하던 방앗간에는 마른풀만 뒹굴고
구멍이 숭 숭 뚫린 몇장 안남은 널빤지 가리막에 바람이 드나든다.
이빨빠진 녹슨 양철지붕이 젖은 낙엽 무게로
반쯤 뽑힌 낡은 돌쩌귀 뼈마디 소리처럼 기우뚱하고 있다
켜켜이 고단한 흔적이 쌓인 어긋난 석가래 늘어진 삼줄기같은
듬성듬성 거미줄에 허망한 세월이 건들거리고
흙담은 이미 무너져 흙무덤에는 시든 달개비만 바람에 초라하다
된서리 무심한 날 풍화된 바람이 허허롭게 고향에 불고있다